신림역의 묻지마 살인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끔찍한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피해자와 어떤 상관 관계도 없이 그저 내면의 분노를 무차별적으로 표출한 사건입니다. 마치 길 위에 풀어놓은 미친 악마를 보는 듯했습니다.
이런 무차별 범죄는 특정할 만한 동기도, 대상도 없어 예방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마치 길거리에 버려진 압정같이 누군가가 밟고 압정에 찔릴지도 모르니 길 전체를 수십 명이 찾고 청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묻지마 범죄 역시 막막한 쓰레기를 하나 치우자고 들어가야 할 경찰 인력이 너무나 많습니다.
범죄 형태도 또 그로 인해 끼치는 여러 피해도 악마가 나타 났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길거리의 악마 (通り悪魔)- 도리 아쿠마, 줄여서 도리마)
1. 도리마(通り悪魔)가 무엇일까?
일본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범죄, 묻지마 범죄를 일컫는 말입니다.
[世事百談]이라는 수필에서 언급된 요괴 중의 하나입니다. 마음이 약해진 사람에 빙의해서 그 사람과 마주친 사람에게 의심 가득한 재앙을 가져온다는 요괴입니다. 世事百談 속 도리마의 모습 묻지마 범죄를 하는 범죄자들이 마치 이 도리마처럼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일본에서도 이 묻지마 범죄가 큰 사회적 문제입니다.
2.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인 사건
2008년 6월 8일 일본 아키하바라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차량으로 돌진하여 피해를 입히고, 칼로 다시 여러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는 점이 이번 서현역 칼부림 사건과 매우 비슷합니다. 6월 8일은 일요일이었고, 유동인구가 많기도 하고, 차 없는 거리 이벤트를 하는 등 거리에 사람이 엄청 많았습니다. 2톤 트럭으로 횡단보도로 돌진해 횡단보도의 행인 5명을 차로 덮치고, 그 후 차에서 내려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찔러 댔습니다.
다행히 근처에 있던 경찰에 의해 제압되었지만 그 짧은 시간에 7명 사망, 10명 부상이라는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차량에 의해 다친 사람, 트럭이 충돌하자 사고인 줄 알고 도와주러 갔다가 참변을 당한 사람 등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다수의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1) 모든 게 사회 탓이라는 변명
범인과 그 가족들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면 일부에서는 그 범인의 불행한 과거를 부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온 경우도 많습니다. 아키하바라 무차별 살인 사건의 범인 카토 토모히로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범인은 어린 시절을 구타와 모욕으로 점철된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아동학대라는 지옥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20대가 되어서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러 일을 전전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쌓인 분노가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되어 참극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당장 범인의 동생만 해도 같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범인의 잘못된 선택은 동생의 삶까지 무너뜨렸습니다.
2)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무너뜨린 범죄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꼬리표가 그들을 피폐하게 만들었습니다. 외할머니는 충격으로 사망하고, 그의 아버지는 직장에서 해고 당해, 계속 이사를 다녀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같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멀쩡한 사회인이 되었던 그의 동생 역시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그 이후에도 지방에서 다시 시작하려 했으나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꼬리표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3. 도리마가 남긴 의심의 재앙
이후 일본에서는 나이프 등의 도검류에 대한 단속이 더 엄격해졌고, 살인, 자살 등의 키워드에 대한 감시도 강화됐습니다.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불안과 의심을 가속화했고, 사회의 양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져갔습니다. 분당 AK 플라자 칼부림 사건 이후 일상에서의 불안과 공포가 커졌습니다.
인터넷에는 전례 없는 살인 예고 등을 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에 대비해 장갑차와 경찰특공대까지 배치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의심과 공포가 불러온 재앙의 모습이 이런 게 아닐까 합니다. 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고, 극단적이고 멍청한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일들이 많아지는 이런 일들이 무섭지만 걱정되는 일입니다.
'시사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판 순살자이, 아네하 건축 설계사 사건 (7) | 2023.08.29 |
---|---|
노키즈존,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다. (3) | 2023.08.24 |
건국절? 그것보다 중요한게 있을텐데... (0) | 2023.08.16 |
칼부림 사건도 게임이 문제? 묻지마 범죄에 묻지마 게임중독 (0) | 2023.08.13 |
막장 운영으로 얼룩진 잼버리, 파이어(Fyre)페스티벌의 재림 (0) | 2023.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