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의무화, 찬반할 이유가 있나?

드디어 수술실 CCTV 의무화.

2023년 9월 23일부터 이제 수술실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됩니다.

 

수술실 바깥쪽에 설치하여 환자의 환부가 아닌 수술실 전체의 모습을 촬영하고 볼 수 있게 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문제지만 확실한 건 여러 어두룬 부분이 밝게 밝혀지는 것은 확실합니다.

 

왜 이렇게 까지 왔는가.

의료계 불신

수술실 CCTV 설치는 사실 선진국, 혹은 주변국을 둘러보아도 유례없는 사례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오게된 것은 의료계의 자업자득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전신마취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이 대부분이라 환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도 알지 못하고, 문제가 생겼다 해도 사실을 알려줘야 할 사람들은 모두 범죄행위를 한 의사들과 같은 동료이거나 같은 편이라 절대적으로 환자에게 불리합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전신 마취를 한 여성환자를 성추행한 의사에서부터 의사 대신 간호조무사가 849회나 대리 수술을 한 어처구니없는 병원까지 말 그대로 혼돈의 도가니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서히 커져 가는 불신 속에서 수술실이 CCTV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권대희 의료사고 및 사망사건

여러 모로 충격을 가져다 준 대리수술 사건입니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이 있었는데 이 수술의 책임자인 집도의인 뼈만 절개하고 수술실을 빠져나갔고 이후의 수술은 인턴도 하지 않은 졸업 6개월 차의 초짜가 수술을 했습니다. 그 결과 환자는 3500cc의 대량의 피를 흘렸고, 심지어 이 병원에는 이런 출혈에 대비한 수혈조치도 없었고, 준비도 안 돼있었습니다. 악몽은 여기서 끝이 아니고 이후의 지혈은 의사들은 오간데 없고, 간호조무사 홀로 지혈을 했습니다. 결국 환자는 49일을 버티다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이후 진실을 밝히기까지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사건 현장에 있던 환자는 마취상태였고, 가해자인 의료진은 전부 한통속이고 이런 상황에서 수술실 외부에 있던 CCTV가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거짓 기록과 CCTV기록이 일치 않던 곳에서 출발해 조사를 시작한 끝에 진실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긴 논의 끝에 얻어낸 수술실 CCTV 의무화, 하지만 반쪽뿐인 성과.

설치는 의무화 촬영은 요청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무지만, 촬영은 환자가 요청을 해야 합니다. 물론 요청 시에는 무조건 촬영을 해야 하긴 하지만 이 요청이라는 행위 자체가 환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수술이라는 전적으로 의사에게 의지해야 되는 상황에서 CCTV 요청이라는 행위 자체가 의사를 믿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거나, 나아가서는 치료상 불이익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산 넘어 산, 열람까지 까다로운 절차

폐쇄회로 텔레비전으로 촬영한 영상정보를 열람ㆍ제공할 수 있는 경우는 수사·재판 업무 수행을 위하여 관계 기관이 요청하는 경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조정·중재 개시 절차 이후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요청하는 경우 및 환자와 의료인 등 정보주체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경우로 한정함(안 제38조의 2 제5항).

즉 촬영 후에도 보려면 수사 등을 위해 고소를 하거나. 분쟁 조정을 통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글로만 봐도 열람까지 순탄한 과정이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이 보관기관이 30일에 불과해 위의 관문을 30일 안에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생각해 볼 필요도 없는 수술실 CCTV 찬반 논쟁

굳이 멀리서 찾지 않아도 자동차의 블랙박스가 도입될 때 사생활, 초상권 침해 등의 우려가 있다고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블랙박스를 설치합니다. 이유는 실보다 득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교통사고 감소 및 분쟁 시 과실을 밝히는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수술실 CCTV 역시 의료계의 위축 등 여러 의견이 많지만 추락하고 불신 가득한 의료계의 이미지를 되찾고, 의료사고를 줄이는데 큰 몫을 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