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신 분들을 위한 3줄 요약
란도셀은 가방입니다.
군용 가방에서 출발해 황태자가 쓴 가방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습니다.
튼튼하지만 무겁고 비쌉니다. 꽤나 비쌉니다.
한 때 한국을 강타했던 패션이 있었더랬습니다. 노스페이스, 학교에서 지정된 교복은 아니지만, 고등학생들 모두가 입고 다니던 그런 패딩. 한국의 겨울이 춥긴 하지만 그 정도까지의 패딩은 필요 없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유행과 함께 교복 아닌 교복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인 사회적 분위기 등에 마치 지정된 것과 별반 다름없는 그런 물건들, 하지만 본래 사용 목적에 비해 기능이나 가격이 과한 경우. 이런 물건이 일본에도 있습니다.
1. 란도셀?
1) 가방은 가방인데
란도셀, (ランドセル), 네덜란드어로 백팩인 Ransel에서 유래된 단어, 관심이 없다면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물건인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본다면 아 이거 하며 하실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일본에 살면서 흥미로운 점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란도셀입니다. 길을 가다 보면 초등학생들이 지나가는 걸 볼 수 있는데,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등에서 본 그 모습 그대로 등하교를 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복장에는 여러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바지와, 빵모자 같은 모자, 그리고 아이들이 메고 있는 같은 모양의 가방 란도셀 일본에서 초등학생들의 가방은 모두 이 란도셀입니다. 아닌 곳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본 적은 없습니다,
비단 초등학생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들도 교복과 한 세트인 양 모두 같은 가방을 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면 란도셀만을 파는 매장이 있기도 한데 그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2만엔대에서 10만엔에 육박하는 제품까지 가격대는 다양하지만 부모들은 누구나 자식에게 남들과 비교되기 싫어 좀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텐데 이런 가격대를 보면 씁쓸함을 금치 못합니다.
2. 란도셀은 여기서부터
1) 군용물품에서 출발한 란도셀
란도셀의 시작은 군용 물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란도셀의 어원인 네덜란드어의 ransel은 초창기에 군용 배낭으로 사용되던 것입니다. 1,2 차 세계 대전 당시 지금의 란도셀 형태의 배낭이 군용 배낭으로 흔히 사용되었습니다.
이러던 물건이 일본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에도 막부 말기 서양식 군대제도를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게 일본에 정착하게 됩니다.
2) 황태자가 사용한 물건
초등학생들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이 란도셀은 당시의 요시히토 황태자 ( 다이쇼 덴노 )가 관립초등학교의 초등과에 진학하게 됩니다. 이때 당시의 수상이 선물로 군용으로 쓰이던 란도셀 모양의 책가방을 헌상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황태자가 사용한 물건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당시의 부유층들 사이에 유행을 합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부자들의 가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1950년대 6.25 전쟁을 계기로 고도의 경제성장과 함께 경제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전국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아이들 필수 가방이 되었습니다,
3. 란도셀, 좋긴 한데 그래도 좀...
1)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가방
기본적으로 가죽으로 되어있으며 그 근본이 군용가방에서 출발한지라 엄청난 내구성을 자랑합니다.
초등학교 6년 내내 사용하는 제품이기도 하고 , 보증기간을 6년으로 해주는 곳도 많아서 6년 치의 가방이라 생각하면 가격이 합리적인 것 같지만 역시 비쌉니다.
2) 비싼 가격
계속 언급한 것처럼 가격이 비쌉니다. 2만엔 (한화로 20만원 상당)에서 많게는 10만엔까지 가격대가 다양한데 싼 걸 사도 문제는 없지만 절대 표현되지 않는 가방끼리의 비교가 되기 마련입니다.
누구나 좋고 비싼 란도셀을 사면 좋겠지만 안 그런 경우도 있으니 또 다른 차별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런 비싼 가격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주에게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란도셀을 구입해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3) 아이들이 들기에는 버거운 무게
제품이 통가죽으로 구성되어 무게가 보통 1~1.5 kg 정도 합니다. 대략 한국의 아동용 가방 무게에 2배 정도 되는 무게이고, 소총 무게의 절반 정도 되는 무게입니다.
감이 오시나요? 실제로 저학년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가는 것을 보면 자기 몸만 한 가방을 메고 가는 게 버거워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저런 점이 있어도 암묵적(?)으로 모든 초등학생들의 가방은 란도셀입니다. 교체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아마도 바뀌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소재만 바꿔도 가격과 무게가 확 내려갈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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